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멍덩해서 잠시 고민했어요. 빨래를 해야 하는데, 비라도 오면 어쩌나 싶어서요. 하지만 집에 빨랫감이 너무 쌓여 있어서 더는 미룰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오늘 하루를 빨래하는 데 쓰기로 했어요. 처음엔 조금 귀찮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다짐을 위한 자기최면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먼저 방 한구석에 모아두었던 옷가지를 하나하나 분류했어요. 흰 빨래, 색깔 있는 빨래, 그리고 손빨래해야 할 것들까지. 사실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평소에는 무심코 빨랫바구니에 다 넣어버렸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꺼내 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언제 이렇게 많이 쌓였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역시 빨래는 밀리지 않게 그때그때 하는 게 제일인 것 같아요.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세제를 뿌리는데, 그 향긋한 냄새가 기분 좋게 느껴졌어요. 마치 오늘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빨래를 돌리기 시작하니 집안에 조용한 세탁기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그 소리를 들으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할 일을 시작했다는 안도감이 느껴졌어요. 세탁기가 열심히 돌아가는 동안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어요.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그래도 비가 내리진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첫 번째 빨래가 끝나고 나서 하나하나 꺼내서 탈탈 털었어요. 옷에 묻어 있던 먼지나 잡티들이 깨끗이 사라져 있는 걸 보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고요. 이제는 옷걸이에 하나씩 걸어 말릴 차례예요. 베란다에 옷을 주르륵 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역시나 햇볕에 말리는 게 제일 좋지만, 오늘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니 실내 건조대로 향했어요. 습기 걱정이 되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래도 깨끗이 빨아 뽀송해진 옷들을 보니 괜히 뿌듯해지는 걸요.
두 번째, 세 번째 빨래도 그렇게 차례로 진행됐어요. 세탁기를 돌리고 꺼내서 말리고, 또 새로운 빨랫감을 넣고. 반복되는 과정이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그 사이사이 깨끗해지는 집안 곳곳을 보니 나름 보람도 느껴졌어요. 이렇게 쌓아둔 빨랫감들이 하나둘씩 정리되는 걸 보니 마음 한켠도 조금씩 정돈되는 기분이에요.
점심 먹고 다시 빨래를 시작했을 땐 슬슬 피로가 밀려왔어요. 세탁기 소리가 이제는 조금 졸리게 들리기도 했고요. 그래도 오늘 끝내지 않으면 다음에 또 미룰 것 같아서 힘을 내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손빨래 차례예요. 섬세한 옷들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주물러 가며 빨았어요. 물에 담그고, 부드럽게 비비고, 깨끗한 물로 헹구어내니 오히려 손으로 직접 빨래하는 시간이 묘하게 힐링되더라고요. 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보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잖아요.
모든 빨래를 끝내고 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렸어요. 하루 종일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말리고, 다시 정리하느라 정신없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빨래들을 보니 정말 뿌듯했어요. 방 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섬유유연제 향도 참 좋았고요.
내일은 아마 뽀송하게 마른 옷을 하나씩 개면서 또 한 번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오늘은 이걸로 하루를 보냈으니, 이제 푹 쉬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