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나니 추워지네요.

비가 그치고 나면 공기가 한결 깨끗해지는 게 느껴지죠. 온 세상이 세척된 듯,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맑은 공기 속에 숨어 있던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온몸을 감싸니, 이제는 더 두툼한 옷을 챙겨 입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오늘도 그런 날이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무덥게 느껴졌던 날씨가 갑작스레 변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코끝에 스치는 시원함이 겨울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비가 오면 항상 그 뒤를 따라오는 찬 기운이 있어요. 물기 머금은 나무와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참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기 속에 녹아든 차가움이 금방이라도 스며들 것 같은 느낌을 주죠. 오늘 아침도 마찬가지였어요.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까지도 촉촉했던 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마르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나 싶기도 하고, 자연의 변화가 얼마나 빠른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옷을 좀 더 두껍게 입었어야 했을까요? 얇은 재킷 하나 걸치고 나간 순간, 차가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어요. 한때는 선선하게만 느껴졌던 바람이 이젠 왠지 모르게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하나둘씩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길거리에서도 슬슬 따뜻한 음료를 찾는 모습이 보였어요. 저도 결국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말았죠. 그렇게 손바닥으로 머그잔을 감싸고 있으니 잠시나마 온기가 스며드는 듯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추워지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창문을 닫고, 따뜻한 담요를 덮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달콤하게 느껴져요.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그 담요 속에 있는 따스함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비가 오고 나면 항상 그러하듯이, 하루가 차분해지고 고요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아요. 그 고요함 속에서 잠시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고요함을 찾는 건 쉽지 않잖아요.

 

어떤 날은 이 추운 날씨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갑자기 날씨가 변하면 몸이 적응하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계절의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비가 그치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또 시간이 흐르면 금세 다시 익숙해질 테니까요. 이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오고, 그때는 그때의 날씨를 느끼며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겠죠. 그렇게 사계절이 흐르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는 게 일상의 일부라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은 추운 날씨를 느끼며 하루를 보냈지만, 그 안에 또 작은 행복들이 있었어요. 따뜻한 커피 한 잔, 포근한 담요, 그리고 차분하게 흐르는 시간. 이런 작은 것들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하루하루가 더 특별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