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트러블이 생겼어요.

얼굴에 트러블이 생긴 날은 정말이지 하루가 다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봤을 때 반짝반짝 빛나야 할 내 피부가 울긋불긋하게 올라온 트러블로 뒤덮여 있으면, 그 순간부터 뭔가 모든 게 꼬인 것 같아요. 아, 또 이걸 어떻게 감출까 싶기도 하고, 대체 왜 이렇게 자꾸 나는 걸까 짜증이 확 올라오기도 하죠.

사실, 트러블이 생기면 나는 제일 먼저 스트레스 때문인가? 하고 생각해요. 요즘 바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으니까… 내 몸이 나한테 이렇게 신호를 보내는 건가 싶어요. 한편으로는 어젯밤에 뭘 먹었더라? 혹시 기름진 음식 때문일까 싶어서 후회하기도 해요. 치킨을 먹고 나면 다음 날 꼭 한두 개쯤 트러블이 올라오곤 하거든요. 그래도 그 순간엔 맛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트러블로 돌아오니 그 맛있던 순간조차 죄책감으로 변하네요.

 

세수를 할 때도 조심스럽게 손끝을 움직이게 돼요. 자극을 최소화하려고 폼 클렌징도 되도록이면 순한 걸 쓰려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트러블이 생기면 더 꼼꼼하게 세안을 하게 되고, 그게 오히려 더 자극이 돼서 악순환이 되는 거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참 답답해요.

 

화장을 해야 할 땐 더 큰 고민에 빠져요. 트러블이 난 피부에 화장품을 바르는 게 과연 괜찮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다 놔두고 쌩얼로 나갈 용기는 없고요. 어차피 가릴 거니까 최대한 두껍게 커버를 하려고 하면 그게 또 피부에 더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파운데이션을 덧바르게 돼요. 그러면 역시 트러블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죠. 이쯤 되면 무슨 악순환의 덫에 걸린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에 휘말려 버린 기분이랄까요.

 

가끔은 정말 이 모든 피부 문제를 해결해 줄 마법의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고에서 본 그 제품들이 한 번에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써보면 별 차이 없다는 걸 매번 깨닫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운 제품들을 시도하게 돼요. 그럴 때마다 제 피부가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할 때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요즘엔 최대한 간단하게, 순한 제품을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스킨케어도 과하면 안 좋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거든요. 피부도 나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면서, 기본에 충실하자고 다짐하게 됐어요. 물론 마음처럼 쉽지는 않아요. 트러블이 생기면 일단 신경이 쓰이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히지만요.

 

그래도 이젠 조금 더 여유롭게 생각하려고 해요. 피부도 내 몸의 일부분이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잖아요. 완벽한 피부를 기대하는 건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지도 몰라요. 나도 사람인데, 가끔은 이러는 게 당연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줘야겠어요. 트러블이 생긴다고 해서 내가 덜 아름다운 건 아니니까요.

 

물론 트러블이 생기면 여전히 속상해요. 하지만 이젠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는 것 같아요. 시간을 주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내 피부와 나 자신을 돌보는 게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좋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오늘도 천천히 나를 보살피는 하루를 보내려 해요.